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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인] 서촌, 지도 위로 걷기 : 통의동 보안여관 x 플랫폼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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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카페 고희 ⓒ박호상 서촌, 지도 위로 걷기 : 통의동 보안여관 x 플랫폼A 춤인편집부 (진행 및 정리: 김정현) 2014년 김정현  : 창파 씨는 보안여관에서 오랫동안 일하셨죠? 창파  : 첫 프로젝트를 한 건 2009년인데, 그 때는 외부 큐레이터로 기획에 참여했고, 2010년부터 근무했어요. 김정현  : 이제 2017년이니 7년이 됐네요. 7년 전과 서촌 분위기가 다를 것 같아요. 가장 체감되는 게 어떤 건가요? 창파  : 제가 처음에 왔을 때 서촌의 문화예술 활동과 공간이 주목 받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당시 보안여관은 문화예술 공간이라고 표명하기 보다는 간간히 전시를 하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색하고 있었어요. 이 주변은 지금보다 조금 더 고즈넉하고 서촌의 느낌과 정체성이 확연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점점 주목을 받으면서 인사동, 삼청동, 대학로가 변해가듯이 상업적인 물결 속에 들어온 것 같고요.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때 앞으로 5년 안에 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정말 빠른 속도로 변했죠. 김정현  : 플랫폼A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윤정아  : 2014년 봄부터 시작했어요. 창파 씨가 말씀하신 그 변화하는 시기에 빨려 들어왔어요. 제 오랜 친구의 아버님이 영화감독인데 그 분의 작업실이 서촌에 있었어요. 제가 공연 예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했더니 무조건 서촌에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마침 좋은 장소가 있어서 지하로 기어들어왔죠 (웃음). 김정현  : 2014년이면 보안여관에서 서울루나포토 페스티벌을 시작했을 때죠? 창파  : 맞아요. 이전까지는 단편적인 기획을 하다가 매년 반복적으로 할 수 있으면서도 좀 더 심층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얘기를 하다가 실행하게 됐죠. 김정현  : 류가헌, 카페 고희, 더 북 소사이어티 등 서촌의 여러 공간과 함께 만들면서 기획이나 주관은 보안여관에서 하고 있는데, 특히 ‘사진’ 페스티벌을 기획한 이유가 있나요?

과거의 점점 더 깊은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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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보안여관은 2017년 첫 기획전으로 <과거의 점점 더 깊은 층>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광장의 촛불과 가까웠던 보안여관의 장소성을 기반으로 '일상의 정치적 풍경'이라는 미시정치의 시선으로 착안되었다. 객원 큐레이터 박수지, 이현과 함께 진행된 이번 기획전은 ‘가상의 화자’라는 큐레토리얼을 갖는다. 가상의 화자인 ‘나’는 국민국가의 국민이자, 촛불을 드는 시민, 크고 작은 폭력에 저항하는 개인, 타자의 잠정적 이웃으로서 발화한다. ‘나’는 기억을 통해 세계와 싸우고 있으며, ‘나’의 기억은 수집, 서술을 통해 말 걸기를 시도하고 작가, 작품, 큐레이터, 관람객을 포개는 주체로 작동한다. 참여작가 강신대, 박경진, 양자주, 은주, 정윤석, 조은지 작가의 작품들로 국가주의로부터의 소멸된 개인부터 생활인들의 사소한 투쟁까지 현재적이고 기묘한 기표들의 그물망을 보여준다. ▶ 망각은 한밤중 낯선 길을 걷는 행위와 같다. 방황의 끝에 어딘가 도달할 것이라 가늠할 수는 있지만 장소도, 방향도 도무지 확실치 않다. 다만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으며 어딘가로 이어져 있을 길을 추적해나갈 뿐이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재앙을 맞닥뜨릴 때마다 우리가 강력한 대항책으로 내세운 무기는 언제나 ‘기억’이었다. 기억은 공동의 상징물이나 특정한 이미지, 집적된 자료 등의 형태로 현실에 잔존하며 매 순간 과거를 상기시켜주고, 우리는 기억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면서 망각에 저항해왔다. 개인이 기억을 회복하지 못하고 망각 앞에 무력해질 때 과거는 소멸하고 공동체적 관계는 단절되며, 재앙은 다시 한번 움을 튼다. 재앙의 발생과 무관하지 않은 자들, 혹은 재앙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면서 권력을 유지하기 바라는 자들은 우리의 기억하기를 저지하기 위해 두 가지 방편을 모색한다. 기억 제거하기, 그리고 재단하기. 전자가 3S와 같은 자극적인 매체를 노출해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한다면, 후자는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오랜 시간에 걸쳐 역사의 기억을 재